미군 공구오 – 사국
2011-08-18 11:36 (한국시간)
사랑 자국 하나 두나 세나 <위키미디어>
미국에서는 지구인을 인간 동물(Human Animal)[니멀]이라고도 일컫는다. 이유가 있다. 거의 누구나 이성으로는 선뜻 이해되지 않는 엉뚱한 감성적 행동도 불사하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 미국 어디를 가든지 양쪽 끈이 길게 묶인 채로 전깃줄에 걸린 낡은 운동화가 쉽게 발견된다. 난감한 신발 던지기(Shoe Tossing 즉 Shoefiti)[ or 슈우리]의 결과물이다. 기이하다.

미국인들도 사람들이 신발을 던지는 이유를 전혀 모른다. 이성이 아닌 감성에 지배되는 동물적 행위로 추정할 뿐이다. 어떤 짓거리는 좀 괴상하지만 동기가 뚜렷하기도 하다. 미국 육군 병참 학교에서 후반기 신병 교육을 받을 당시, 그런 괴상망칙한 동물적 관습 하나를 포착한 적이 있다. 추억의 풀밭으로 낮은 포복을 시작한다. 쭉쭉뽀뽀로 새겨 받는 사랑의 훈장 거시기로 들어간다.

“무슨 벌레한테 물린 자국?” (What kind of buggy bites?) [왙 카 ?]

묻고야 말았다. 바로 앞에 마주 앉아 맛진 점심을 먹던 생판 모르는 멋진 금발 여군이 흠칫하며 눈을 치켜떴다. 엷은 자연산 쌍까풀이 속으로 말려 들어가면서 노출된 커다란 눈이 영롱한 빛을 발하는 모습이 참 신기하다고 느껴졌다. 더욱 신기한 것은 그녀가 고개를 살짝 쳐드니까 확연히 드러난 사슴처럼 길다란 목 부위에 있는 뭔가에 잔뜩 물린 것 같은 자국이었다. 세 개나 되었다.

장난삼아 내던진 질문이 아니라 정말 몰라서 물었다는 사실을 서툰 영어 때문인지 금세 알아차린 그녀는 이내 미소를 지으면서 마치 젊은 여선생이 남학생을 가르치듯이 친절하게 말을 이어갔다. 벌레한테 물린 자국이 아니고, 남친한테 물린 자국이란 것이었다. 의외의 답이었다. 쭉쭉뽀뽀로 생긴 사국(사랑 자국)(Hickey 즉 Lovebite 즉 Love Bite)[끼 or 바잍or 잍]이었다.

끝까지 듣고 보니, 더더욱 신기한 사실은 ‘요거는 내 꺼다!’라는 독점권을 당사자의 목을 통하여 광고하는 시각적 효과를 자아내는 철저하게 계산된 동물적 즉 감성적 사랑 행위의 결과물이라는 점이었다. 실로, ‘요거는 내 땅이다!’를 광고하려고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찔끔찔끔 쉬아를 하는 견공이나 흉한 낙서를 남기는 동네 깡패(Gang)[갱]의 구역 표시 행위와도 유사했다. 황당했다.

엄밀히 말하면, 사국은 폭력이 아닌 구력(口力)으로 만드는 피멍(Bruise)[브]이었다. 거꾸로 잡은 작은 유리 항아리에 알코올(Alcohol)[코홀]로 불을 당긴 후에 살에 덮어 식힘으로써 공기 부피 감소로 인한 진공 저기압 흡인력으로 살 속의 피고름 같은 불순물도 쉽게 빨아내는 한방식 부항(Cupping)[삥] 뜸질을 할 때 생기는 피멍과도 흡사했다. 다만, 동그랗지만 않을 뿐이었다.

훨씬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술에 취한 동료들한테서 찌그러트린 맥주 깡통들 사이로 들은 얘기에 의하면, 남친이 여친의 은밀한 부위에 둘만이 아는 비공개 사국을 남기는 짖궂은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함부로 나가 놀면서 아무한테나 주지 못하게 하려는 속뜻도 담겨 있다고 한다. 보이고 싶은 사람에게만 보이는 사국도 있다니, 인간의 사랑 심리란 역시 모를 일이다. 오묘하다.

각설하고, 그때였다. 김문석의 어리숙한 질문과 그녀의 흥미로운 답변이 한참 오고가던 공간을 훤칠한 백인 남군 하나가 비집고 들어섰다. 그도 역시 완벽한 미녀에 걸맞는 완벽한 미남이었다. 힘이 약간 들어간 그의 목 중간에도 옅은 갈색 사국 하나가 선명했다. 그녀의 남친임이 분명했다. 조금 머쓱한 장면이 연출되었지만 잠깐이었다. 둘은 자석의 양극처럼 힘껏 당겨지는 모양이었다.

잔뜩 뒤엉킨 채로, 그 두 사람의 백인 남녀는 넓은 식당의 중간쯤으로 흘러갔다. 그리고는 곧장 진한 공개 뽀뽀 연기에 돌입했다. 물론, 그를 향한 경고였지만, 작업을 걸었던 것도 아니었기에 질투심은 커녕, 한쪽 발만을 뒤로 쳐든 여인의 발랄한 모습 때문인지, 마치 미국 청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멋지게만 느껴졌다. 헌데, 정녕 놀라운 사실은 아무도 대놓고 쳐다보지 않는 점이었다.

실은, 그런 생뚱맞은 진한 공개 뽀뽀도 달콤한 둥그런 떡빵(Cake)[잌]에 아무도 먹지 못하게끔 아예 침을 바르는 일종의 어찌 보면 좀 유치한 동물적 광고 행위라는 사실을 금세 알 수가 있었다. 공개 사랑에 열중인 그들에게서 눈을 뗀 후, 맛진 점심을 계속 먹고 있는데, 그제서야 자초지종을 파악했는지, 그녀와 함께 돌아온 그 남친 녀석이 끼일낄 웃으면서 악수를 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그들은 남부 태생인 로버츠(Roberts)[벝’]와 기어(Gere)[어’]였다. 약 한 달쯤 먼저 병참 학교에 도착하여 보급(Supply)[써플이] 병과 교육 과정을 저만치 앞서 가다 눈이 맞아 대놓고 진한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그날 이후, 가끔 식당에서 마주치면 함께 앉아서 식사를 하는 친한 사이가 되었다. 둘은 학교만 파하면 막사에도 가는 둥 마는 둥 어디론가 스을쩍 사라지고는 했다.

거의 매일밤 외박은 기본이었다. 얼굴이 아무리 두꺼워도 사방으로 투욱 터진 막사 침대 위에서 사랑을 나눌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새벽 점호와 수업 시간만 칼 같이 맞추면 되는 일이었다. 물론, 훈련 교관의 등뒤에서 벌어지는 일이었지만, 군인으로서의 책임만 다하면 되는 일이었으므로, 아무도 그들을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지 않았다. 신기했다.

보급 병과 교육은 완벽한 체계가 짜여져 있었다.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일반 사회의 학교 교육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었다. 불과 삼사 주에 불과했던 기초 전투 훈련소에서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자상스러운 조셉 스미스의 열정적인 진짜 영어 발음 전수 노력 덕분에, 영어귀영어입이 거의 불편하지 않게 뚫린 그는 수업에 잘 적응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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