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먹튀는 어떻게 해야하나?
2012-12-26 17:25 (한국시간)
우리 정부가 과거 제공한 대북 식량차관에 북한이 채무 불이행으로 맞서고 있다.

우리 정부가 2000년 제공한 대북 차관(쌀 30만tㆍ옥수수 20만t, 8,836만달러
상당)의 첫 상환(583만4,372달러) 기일이 지난 지 반년이 훌쩍 넘었지만 북측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그러자 정부는 지난 7일 남북협력기금 수탁기관인 수출입은행을 통해 식량차관 상환을 촉구하는 대북 통지문을 발송했다. 지난 6월8일과 7월16일, 9월27일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북한은 올해부터 시작해 오는 2037년까지 25년 동안 연 1%의 이자를 합쳐 총 8억7,532달러를 상환해야 한다. 그럼에도 상환 첫해부터 갚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뾰족이 강제할 수단이 우리에게 있는 것도 아니다. 국내법으로 다룰 수 있는 사안도 아니고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해도 북한이 응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다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북한을 논리로 설득하려 해봤자 통할 리 만무다.

이러한 대북차관은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는 지난 2000~2007년 사이 이뤄졌다. 당시 우리 정부는 북한에 식량차관과 철도 및 도로 공사용 자재 및 중장비, 경공업 원자재 제공의 형태로 약 1조원을 지원했다.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위한 조치로 제공된 경수로 건설비용 1조3,744억원은 제외하고서다.

물론 우리 국민의 혈세로 이뤄진 이 차관이 북한주민들의 굶주린 배라도 불리게 했다면 이토록 논란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북한은 우리가 제공한 달러와 중장비를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개발에 사용했다. 빚을 갚는 것은 둘째치고서라도 대량 살상용 무기 개발에 나서온 것이다.

우리의 대북 식량차관은 넓은 의미에서 기아선상의 북한을 돕자는 경제 원조의 개념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원은 여야 진보·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는 보편적 인류애 차원에서 봐야할 이슈다.

남북관계라는 특수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북한은 정작 자신들은 변하지 않으면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포용정책 아래 차관이 제공됐던 과거 정부처럼 차기 정부의 유화적인 대북정책을 내심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둘 필요가 있다. 차기 정부는 보다 유연하게 북한을 포용할 수 있겠지만 투명성을 요구하는 데는 현 정부와 맥락을 같이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이것은 우리의 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핵을 완전히 폐기하고 개방하면 10년 안에 국민소득 3,000달러가 되도록 지원한다는 것이 MB 정부의 대북정책 핵심이다. 이것은 잘못된 정책이 아니다. 단지 큰틀에서 우리 사회의 컨센서스를 사전에 이뤄내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반대세력은 이와 관련해 원칙을 지키는 것을 두고 ‘강경 일변도’라고 비난하고 그렇다고 다소 유화적인 자세를 취하면 ‘갈팡질팡 정책’이라고 조롱한다.

하지만 스스로 변하지 않으려는 북한에 대해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아니라 이러한 대북정책을 바꿔야지만 비로소 북한이 변할 것이라는 우리의 왜곡된 인식이다.

원칙은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차관이란 단어 앞에 ‘대북’이란 수식어가 붙었다고 해서 차관의 의미가 달라져야 하는 건 아니다. 차관은 어디까지나 국가간에 빌려주고 받는 차관일 뿐이다.

남북관계라 할지라도 차관을 주고받는 데에는 분명 채무상환이라는 원칙이 지켜져야 하는 법이고 경제난으로 채무상환이 힘들다면 적어도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 게 채무자의 도리다.

북한은 새로 들어서는 박근혜 차기 정부가 혹시 부채를 탕감해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현정부의 상환 요구에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면 이는 한참 그릇된 행태다. 앞으로도 막무가내로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을 쏘아댈 의향이라면 더 더욱 그렇다.

시사어퍼컷 = 지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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