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엿' 판사, 이젠 통합진보당서 빅쇼?
2012-03-03 17:22 (한국시간)
예나 지금이나 판사의 권위는 대단하다. 사회적 존경도 받는다.

인간사에서 숱하게 발생하는 사안의 옳고 그름을 놓고 최종 판정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대중은 판사들이 매우 중립적이고 높은 도덕성을 갖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렇지 않다면 판결을 존중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다. 법치라는 개념도 존재할 수 없다.

판사들이 사석에서도 언행에 각별히 신경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즘처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대중화된 경우 더욱 더 그렇다.

미국에선 지난 2009년 노스캐롤라이나주 지방법원의 칼튼 테리 주니어 판사가 SNS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가 커다란 문제가 된 바 있다.

테리 판사는 자신이 맡고 있는 양육권 소송의 아버지측 변호사 찰스 쉬엑과 페이스북에서 친구를 맺고 이런저런 의견을 주고 받았다. 당연히 재판에 관한 얘기도 오고 갔다.

재판 승리가 목표였던 쉬엑 변호사는 테리 판사에게 조언을 구했고, 원하는 답을 얻어냈다. 페이스북에서 테리 판사는 “아버지쪽 말을 믿지만 판결에 영향을 미치기는 부족하다”며 아머니쪽을 불리하게 만들 네거티브 증거가 필요하다는 언질을 줬다.

쉬엑 변호사는 “네거티브 증거를 어떻게 준비하면 좋겠느냐”고 물었고, 테리 판사는 네거티브 증언을 해줄 두 쌍의 부부가 있다”고 답변했다. 이를 보고 쉬엑 변호사는 “현명한 판사(wise judge)”라는 감탄의 글을 올렸다.

이뿐 아니라 쉬엑 변호사는 재판날짜를 거론하며 “마지막 재판이 됐으면 좋겠다”고 하자 테리 판사는 “그렇게 될거다”는 대답을 남기도 했다.

이 일이 드러난 뒤 테리 판사는 주 사법규범위윈회(JSC)로부터 강력한 견책을 받았고, 테리 판사는 다시는 그런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서약했다.

법관들의 SNS 사용이 문제가 되자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도 지난해 6월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이처럼 SNS는 세상에서 가장 엄정해야할 판사들까지도 수렁에 빠뜨릴 수 있는 마력을 갖고 있다.

한국에선 오히려 이같은 SNS의 마력을 즐기는 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SNS를 통해 개인의 감정과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출한다. 판사들의 입에서 “한미FTA는 나라를 팔아먹은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으니 갈 데까지 간 셈이다.

‘가카의 빅엿’ 발언으로 유명해진 서기호 전 판사가 2일 통합진보당에 입당했다.

그는 지난해 페이스북에 “방송통신위는 나의 트윗을 적극 심의하라. 앞으로 분식집 쫄면 메뉴도 점차 사라질 듯. 쫄면시켰다가는 가카의 빅엿까지 먹게 되니. 푸하하”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또한 트위터에서 대통령을 조롱하는 듯한 문제를 출제한 뒤 불안하다고 말한 구리시 모중학교 교사에게 “쫄지 말고 버티면 이긴다”는 격려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서 전판사는 통합진보당에 입당하면서 “국회의원이 되어 근본적인 사법개혁, 검찰개혁에 나설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정치에 입문한 것은 그의 자유다. 그러나 그가 진보를 표방하는 것은 ‘빅엿 코미디’다. 판사생활 말년에 보여줬던 그의 ‘나꼼수’식 언행은 진보와 아무 관련이 없다. 오히려 그가 앞으로 하겠다고 밝힌 사법개혁의 대상일 뿐이다.

통합진보당은 그를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의 바퀴에 엿가락이 눌어붙어 전진하지 못할까 우려된다.

시사어퍼컷=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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