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어퍼컷] 한명숙, 여성후보 '낙하산 공천'하며 총선 이끌 수 있나
2012-02-10 11:26 (한국시간)
20여년 전의 일이다. 미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가 암암리에 여자생도를 ‘배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돼 화제가 된 바 있다.

일반인들은 웨스트포인트에선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혹독한 훈련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웨스트포인트가 여자생도를 위한 별도의 테스트 기준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남자 위주의 웨스트포인트의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바꿔야한다는 소송이 진행되면서 밝혀졌다.

웨스트포인트 대변인이었던 패트릭 토플러 대령은 법정 증언을 통해 웨스트포인트가 ‘젠더 노밍(gender norming )’, 즉 남녀간 체력적 차이를 보정(補正)해주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는 남자와 여자에게 각기 다른 테스트 기준을 적용하며 여자생도가 남자생도와 비슷한 성과를 냈을 경우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이다.

그는 웨스트포인트가 입학생을 뽑을 때나 졸업 후 병과를 정할 때 성별 할당제(sex-quota system)를 적용한다는 점도 공개했다. 이는 여자에게 할당된 자리를 놓고 여자들끼리 경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인한 군 지휘관을 양성하는 웨스트포인트에서조차 ‘약자(여성)’를 배려하는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을 적용한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줬다.

그러나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평균적으로 여자가 남자에 비해 약하다는 게 사회적 관념이기 때문이다.

미국사회는 약자와 소수파를 위한 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그러나 선거에 있어서는 후보자에게 제도적인 어퍼머티브 액션을 보장하지 않는다. 유권자 뜻을 물어야 하는 선거과정에서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정당이 여성, 연장자, 소수민족에게 후보로 나설 수 있는 자격을 의무적으로 할당해주는 경우는 없다. 후보 선정시 쿼타를 배정하는 것은 또 다른 대상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게 여긴다.

지난 6일 민주통합당이 4.11 총선에서 지역구 여성 공천 비율을 15%로 의무화한 당규를 확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구 여성 공천 비율 의무화는 여성단체의 요구사항이자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의 소신이 강력하게 반영돼 이뤄진 결과다.

새 당규에 따르면 민주통합당은 245개 지역구의 15%인 37곳에 여성을 공천하게 된다.

8일 현재 출마를 선언한 여성 예비후보가 41명이라고 하니 이들은 이변이 없는 한 대부분 공천을 받은 것과 다름없다. 이들 중 20여명이 서울 지역을 희망하는 등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여성 후보가 선택하는 지역의 다른 예비후보들이다.

그동안 열심히 표밭을 다져오며 민주통합당 후보가 되고자 했던 다른 남성 예비후보들은 공천심사를 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됐다. 여성 예비후보자는 지역구를 선택하면 당규에 의해 경쟁없이 사실상 자동으로 공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낙하산 공천’이 되는 셈이다.

한명숙 대표와 당 지도부는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진보적 결정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그렇게 봐주기에는 여성 15% 의무 공천 조항으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점이 너무 많다.

벌써부터 여성에게 의무공천을 하기로 했으니 노동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도 일정 비율의 의무공천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민주통합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선거를 통해 사회적 약자를 위해 뛰어줄 일꾼을 뽑는 게 아니라 사회적 약자가 직접 출마해야 한다는 정서가 팽배하다.

한 전직 의원이 한명숙 대표를 겨냥해 “공천심사를 받기 위해 성전환 수술이라도 해야하느냐”고 반문한 것은 그냥 웃어넘길 말이 아니다.

총선을 코앞에 둔 제1야당의 모양새가 우습게 되고 있다.

강훈 기자

ukopia.com
Copyright ⓒ 2006~2013 uKopia Inc.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한 네티즌의견 (총 0건)